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과 2025년도 전시의 방향
1974년 최초로 대구현대미술제가 개최하고 51년의 세월이 흘렀다. 당시 작가들의 자발적인 연대로 만들어진 대구현대미술제는 작가들 간의 공감과 집단적 동기가 발현된 결과물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한 예술 활동이었다. 특히 작가들은 새로운 예술을 갈구하듯,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들을 발표하며 시대의 정신을 이끌었다. 이러한 집단적 움직임은 하나의 일관된 양식을 일궈내는 것이 아닌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며 1970년대에 일어난 또 다른 흐름이었다. 해방과 전쟁 이후, 1960년 4.19가 독재에 저항한 목소리가 있었다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었던 1970년대는 표현의 갈망이 컸던 시기였다. 당시 작가들은 형식을 타파하는 설치와 오브제, 행위를 통해 실험이 강조된 전위미술을 선보인 것이다. 1974년 70여 명이 참여한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가 계명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릴 때, 그들은 ‘폐쇄적인 데서 개방적인’ 것으로, ‘침체보다 흐름’의 방향을 설정하였고, 1977년 3회 때부터는 부대행사로 낙동강 강정 백사장에서 ‘이벤트’란 이름으로 행위예술이 펼쳐졌다. 1978년경에는 지방마다 현대미술제가 열리고, 비슷한 형태와 내용 그리고 비슷한 작가들이 참여하는 전시라는 지적과 비판이 이어지면서 1979년 제5회 현대미술제에는 일본의 젊은 작가 15명과 한국작가 50명이 참가하는 전시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이때를 계기로 1980년대에는 일본과의 교류 전시가 종종 열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50여 년이 흐른 지금, 대구현대미술제는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 예술이 만나고, 다양한 예술의 변화와 흐름을 접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과거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대를 잇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지향하는 모두에게 다양한 형태의 미술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마음에 스며드는지 말하는 자리로 말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충분치 못했던 70년대와 달리, 지금의 현대미술은 실험이란 말이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미술로 만들어지고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작년 현대미술제 전시는 <그래도, 낭만>이란 제목으로 예술의 가치와 의미에 관해 묻고, ‘생과 사’란 키워드로 인간에게 예술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인간의 바람과 염원을 담아서 제작된 작품들이 다수 소개되었다. 한마디로 인간이 삶과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예술에 이르러,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하는 행위와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자 했다.
반면, 2025년도 대구현대미술제가 나아갈 방향은 이 시대의 현상과 비판 그리고 바람이 담긴 내용을 전시로 노출하고자 한다. 세계의 손꼽히는 미술 전시회나 비엔날레 등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전쟁과 이념의 상처로 얼룩진 과거의 이기심과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예술을 통해 세상을 향한 굵직한 목소리이길 바라면서 이번 전시를 마주하고자 한다. 바로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계승하고 세대를 아우르며 예술의 다양성이 공존하고 공유되어야 한다는 취지 아래, 명확한 전시주제가 도출되고, ‘의미의 구현’을 통해 공감의 장이 형성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올해로 제14회를 맞이하는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본전시와 달천예술창작공간 제5기 입주작가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강정보 디아크 광장에서 펼쳐지는 본전시에는 구지은, 김성수, 김영섭, 류재하, 박기진, 서동신, 신민, 심승욱, 왕지원, 원선금, 임승천, 정득용, 정승, 정재범, 홍범, 홍준호, Studio 1750(김영현, 손진희) 총 17팀(18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조각, 설치, 사진 등 총 21점의 작품으로 구성된다.